아내가 이상하다
- 치매행致梅行 · 18
洪 海 里
곱게 나이 들던 아내가 이상합니다
하찮은 일 중요한 일에 연연 마라는 듯
큰 것 작은 것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적은 것 많은 것 상관을 하지 않습니다
다 버린 듯 다 잊은 듯 담담합니다
세상을 초탈한 듯 덤덤합니다
세월도 비껴가지 못하는 무심한 언덕에서
남에게 보이기 위해 살지 마라는 듯
창밖을 내다봅니다
걸어가는 이들
뛰어가는 사람들
병원 창문으로 보면 위대해 보입니다
아파야 사는 일도 맛이 더 합니다
오늘은 사랑의 편지를 보내도 받지 않는
아내의 이메일 주소를 지워버렸습니다
아, 내가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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