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치매행致梅行』(2015)

아낙군수 -치매행 · 16

洪 海 里 2014. 2. 23. 20:52

아낙군수

- 치매행致梅行 · 16

 

洪 海 里

 

 

 

새벽에 일어나 쌀 씻어 안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밥 먹고

씻부시고,

 

문 닫고 들어앉아 아내랑 놉니다

할 말도 없어 그냥 바라보다 마는 것이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이긴 하지만,

 

단물곤물 다 빠진 수수깡처럼

땅바닥에 뱉어버린 담배꽁초처럼

비워버린 콜라병처럼

구겨서 던져버린 휴지조각처럼,

 

은, 아니라서 살맛은 몰라도 살 만합니다

가슴 시린 웃음을 때로 흩날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웃을 수 있으니 행복합니다

 

밥 먹고 물 마시고

아내랑 노는 일도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라서

요즘은 그것도 내겐 축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