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낙군수
- 치매행致梅行 · 16
洪 海 里
새벽에 일어나 쌀 씻어 안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밥 먹고
씻부시고,
문 닫고 들어앉아 아내랑 놉니다
할 말도 없어 그냥 바라보다 마는 것이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이긴 하지만,
단물곤물 다 빠진 수수깡처럼
땅바닥에 뱉어버린 담배꽁초처럼
비워버린 콜라병처럼
구겨서 던져버린 휴지조각처럼,
은, 아니라서 살맛은 몰라도 살 만합니다
가슴 시린 웃음을 때로 흩날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웃을 수 있으니 행복합니다
밥 먹고 물 마시고
아내랑 노는 일도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라서
요즘은 그것도 내겐 축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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