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치매행致梅行』(2015)

<시> 팔베개 - 치매행致梅行 65

洪 海 里 2014. 3. 8. 10:41

팔베개

- 치매행致梅行 · 65

 

洪 海 里

 

 

 

아기가 엄마 품에 파고들 듯이

아내가 옆으로 들어와 팔베개를 합니다

그냥 가만히 안고 있으면

따뜻한 슬픔의 어깨가 들썩이다 고요해집니다

깊은 한숨 소리 길게 뱉어내고

아내는 금방 곯아떨어지고 맙니다

마른 빨래처럼 구겨진 채 잠이 듭니다

꽃구름 곱게 피어날 일도 없고

무지개 뜰 일도 없습니다

나도 금세 잠 속으로 잠수하고 맙니다

의 무게가 얼마나 되는지 헤아려 보다

가벼워도 무거운 아내의 무게에

슬그머니 저린 팔을 빼내 베개를 고쳐 벱니다.

 

 

 

...........................................................................................................................................................................................

 

 <시로 여는 수요일>

  서울경제 / 2015. 11. 11.

 솜베개, 나무베개, 보약베개 다 베어봤지만 세상 시름 잊게 하는 것은 오직 팔베개입니다.

당신 품에 들면 다 식은 슬픔조차 따뜻해져서 공연히 마른눈물 부비며 어깨를 들썩여도 봅니다.

깊게 내쉰 안도의 숨이 당신껜 한숨으로 여겨졌군요.

실토하려 했지만 오인(誤認)의 보상은 더욱 달콤하더군요.

당신은 안쓰러운 듯 등을 토닥여 주었으니까요.

슬그머니 저린 팔 빼내는 것 알았지만 나는 이미 꽃구름 속에 이르렀지요.

당신이 늦게 잠든 새벽녘 나는 깨어 쌀을 씻어 솥에 안칩니다.

무거워도 가벼운 한 생 다시 살아보자구요.

 

  - 반 칠 환 (시인)

 

* 아내가 팔베개를 원한다고 하니 시인한테 많이 의지하나 보다.

따뜻한 슬픔의 어깨는 어떤 어깨일까?

아내가 많이 고생하나 보다.

그렇게 고생을 해도 남편을 의지한다.

참 착한 아내인 듯하다.

잠에 빠져든다가 아니라 잠 속으로 잠수한단다.

가벼워도 무거운 아내의 무게란다.

날씬하다고 해도 팔베개는 오래 못한다.

팔이 금세 아파진다.

[출처] 시인 홍해리의 시 - 팔베개|작성자 : 솔봉시인 (2021.10.09.)

 

- 20211207 cbs 배미향의 저녁스케치 -

밉다밉다 하다가도 지쳐 잠든 배우자의 모습을 보면

콧등이 시큰해져 올 때가 있습니다.

밤새 팔베개를 해줘도 깃털처럼 가볍게만 느껴질 만큼

둘 사이에 사랑만 있었던 시절도 있었는데.

잠든 얼굴에서 고스란히 드러나는 세월의 흔적보다

세월의 무게에 마음이 아파와 외면하게 되죠.

그런데 그럴수록 더 꼭 안아주세요.

고이 간직하고 있던 진심이 전해질 수 있도록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