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치매행致梅行』(2015)

<시> 닻과 돛 -치매행致梅行 66

洪 海 里 2014. 3. 10. 08:38

 

닻과 돛

- 치매행致梅行 · 66

 

洪 海 里


1

나는 돛이었고

아낸 닻이었다.

 

나는 바람을 기다려 돛을 올리고

아내는 날 잡아두려 닻을 내렸다.

 

어쩌다 아내는 다 놓고 뛰쳐나가려 드는데

나는 아내를 잡아두려는 울타리가 되었다.

 

오늘도 바깥엔 해가 쨍쨍한데

이곳엔 하루종일 비가 내린다.

 

2

찢어진 돛폭 사이로

한평생이 다 빠져나가고

 

닻은 암초에 걸려

움쭉달싹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