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과 돛
- 치매행致梅行 · 66
洪 海 里
1
나는 돛이었고
아낸 닻이었다.
나는 바람을 기다려 돛을 올리고
아내는 날 잡아두려 닻을 내렸다.
어쩌다 아내는 다 놓고 뛰쳐나가려 드는데
나는 아내를 잡아두려는 울타리가 되었다.
오늘도 바깥엔 해가 쨍쨍한데
이곳엔 하루종일 비가 내린다.
2
찢어진 돛폭 사이로
한평생이 다 빠져나가고
닻은 암초에 걸려
움쭉달싹하지 않는다.
'시집『치매행致梅行』(2015)'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 부부 -치매행致梅行 68 (0) | 2014.03.11 |
---|---|
<시> 꽃비 -致梅行 67 (0) | 2014.03.11 |
<시> 팔베개 - 치매행致梅行 65 (3) | 2014.03.08 |
<시> 필화筆花 -致梅行 · 64 (0) | 2014.03.08 |
<시> 자유 -치매행 63 (0) | 2014.03.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