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수련지심睡蓮之心

洪 海 里 2014. 9. 27. 11:40

백향기 展

 

수련지심_81.0×81.0㎝_Mixed Media_2011

 

 

단성갤러리

 

2011. 4. 20(수) ▶ 2011. 4. 26(화)

Opening 2011. 4. 20(수) PM 6:00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27-5 | T.02-735-5588

 

 

수련지심_101.0×75.5㎝_Mixed Media_2011

 

 

수련이 물 위에 드리우는 그늘이

천 길 물속 섬려한 하늘이라면

칠흑의 아픔까지 금세 환해지겠네

그늘이란 너를 기다리며 깊어지는

내 마음의 거문고 소리 아니겠느냐

그 속에 들어와 수련꽃 무릎베개 하고

푸르게 한잠 자고 싶지 않느냐 

 

- 시 「수련睡蓮 그늘」 부분, 洪 海 里)

 

 

수련지심_60.6×72.7㎝_Mixed Media_2011

 

 

수련이 水蓮이 아니고 睡蓮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것은 흥미롭다. 밤에는 꽃잎을 오므리고 잠을 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한밤중에도 한껏 자태를 자랑하며 꽃잎을 펼치고 있는 것보다는 다소곳이 봉오리를 오므리고 한잠 자는 모습이 더 보기좋다. 보기에 마음이 편하다. 세상에서 한발 물러설 줄 아는 지혜가 있어     보여 좋다. 결기를 세우고, 승부를 다짐하며, 극기를 미덕으로 아는 세상에서 한발 물러서서 자신을 보듬고 무욕을 배우며 조용함을 즐기는 것은 분명 미덕이리라.

 

 

수련지심_53.0×45.5㎝_Mixed Media_2010

 

 

수련은 스스로 수련이 되지 않는다. 뿌리를 내리는 물밑 진흙과 자신을 비추어 주는 조용한 수면과 넓은 마음으로 바탕이 되어주는 이파리가 있어서 비로소 꽃이 된다. 조용한 수면과 넓은 이파리가 더 소중하게 다가오는 까닭이다.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를 넘어서면서 생각한다. 스스로를 삼갈 줄 아는 마음과 주변의 소소한 것들이   갖고 있는 소중함을 알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천명을 아는 마음이 아닐까? 그러나 천명을 안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리라. 오히려 나는 지천명(持天命)이 더 마음에 와 닿는 이야기일 듯싶다. 하늘의 뜻에 의지하고, 내어 맡기며, 그리하여 마음을 비우는 것이 더 소중한 일일 것이다. 저녁이 되면 스스로 봉오리를 다소곳이 오므리고   나른하게 잠을 청하는 여유를, 넓은 마음을 가지고 넉넉하게 바탕이 되어주는 이파리와 잔잔한 물과 그 밑의 흙이 함께 어우러지는 지혜를 화폭에 담는다.

 

 

수련지심_110.5×33.0㎝_Mixed Media_2011

 

 
 

■ 백향기

 

한남대학교 미술교육과 서양화전공 | 인천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