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시> 조팝나무꽃

洪 海 里 2015. 3. 31. 18:57

 

 

 

조팝나무꽃

 

洪 海 里

 


숱한 자식들
먹여 살리려
죽어라 일만 하다
가신
어머니,

다 큰 자식들
아직도
못 미더워
이밥 가득 광주리 이고
서 계신 밭머리,

산비둘기 먼 산에서 운다.

                  -『봄, 벼락치다』(2006, 우리글)

 

 

                                       * 조팝나무꽃 :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 https://cafe.daum.net/sancr 에서 옮김.

 

 

조팝꽃

 

洪 海 里

 

 

밭머리 무덤가의

하얀 작은 꽃

왜 그리 서러운지

배가 고픈 꽃.

 

먹어도 배가 고픈

하얀 고봉밥

밭머리 무덤가의

서러운 이밥.

 

 - 시집

『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도서출판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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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뉴스  2016. 4. 24. <최희 시인의 맛있는 시감상>
 대다수 사람들의 관심인 다이어트 시대에 이 시가 주는 의미를 생각해 본다.  허기 진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애잔한 시이다.  평생 시의 길을 걸어온 홍해리 시인의 조팝꽃이다.
음식 쓰레기의 홍수 속에 사는 우리는 지금 행복한가?

 

 며칠 전 흐드러진 동네 천변을 거닐다가 조팝꽃을 보았다.

쉽게 눈에 띄는 꽃이 아닌데 걸음이 저절로 멈춰져서 한참 동안이나 눈이 시리도록 보았던 꽃,

그 옛날 춘궁기의 막바지에서 소복소복 피어나던 하얀 그 꽃, 마치 고소한 팝콘 같기도 했다.

홍해리 시인의 시 조팝꽃이 찡하게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고봉밥이 소원이었던 시절을 겪어낸 세대인 시인의 눈이기에 아마도 무덤가에 처연히 핀 조팝꽃을 보면서

가난했던 시절의 자신 혹은 부모형제나 아님 누군가를 떠올렸을 것이고

또한 하얀 고봉쌀밥을 배부르게 먹고파 누군가가 꽃으로 환생한 것으로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짧은 시 속에서 지게 지고 앞산 뒷산 오르내리던 어느 촌부와 가마솥의 꽁보리밥이라도 고봉으로

차려내면 흐뭇했을 아낙의 이마에 땀을 보는 듯하다.

언뜻 보면 싸리꽃 같기도 한 조팝꽃!

  내 어린 시절 도시락을 고구마나 감자로 싸오든가 아님 못 싸오던 짝꿍이 떠오른다.

어디에서 잘 살고 있는지, 이 봄날 그 친구와 마주앉아 냉잇국에 보리굴비 구워내

하얀 쌀밥 한 그릇씩 오순도순 나누어 먹고 싶은데...

- 최 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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