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화꽃 피고 지고 외 1편 - 洪海里
심학규가 왕비인 딸 청이 앞에서
눈을 끔쩍끔쩍하다 번쩍 세상을 보듯
매화나무가 겨우내 감고 있던 눈을 뜨고 있다
빈자일등貧者一燈이 아니라
천 등 만 등이 하나 둘 켜지면서
가지마다 암향暗香이 맑고 푸르다
다글다글 꽃봉오리가 내뿜는 기운으로
어질어질 어질머리가 났다
계집이 죽었는지
자식이 죽었는지
뒷산에서 구성지게 울어 쌓는 멧비둘기
봄날이 나울나울 기울고 있다
시인은 매화꽃이 두근두근댄다고 했다
꽃 터지는 소리가 그만 절창이라고 했다
한 사내를 사랑한 여인의 가슴이
삼복三伏 염천炎天이어서
두향杜香이는 죽어서도 천년을
매화꽃 싸늘하게 피우고 있다.
♧ 봄, 날아오르다
두문불출의 겨울 적막의 문을 두드리던 바람
부드러운 칼을 숨기고 슬그머니 찾아왔다
아침 밥물을 잦히는 어머니의 손길로
물이 오르는 들판 어디선가 들려오는 칼질소리
금세 봄은 숨이 가빠 어지럽다
오색찬란 환하다, 망연자실
바라보면 울고 싶어지는 희다 못해 푸른 매화꽃
저 구름 같은 입술 젖어 있는 걸 보라
나무들마다 아궁이에 모닥불 지피고
지난 삼복에 장전한 총알을 발사하고 있다
봄 햇살은 금빛 은빛으로 선다
봄은 징소리가 아니라 꽹과리 소리로 온다
귀가 뚫린 것은 어디서 나타났는지
꽃집에 온 것마다 서로 팔을 걸고 마시다
목을 끌어안고 꿀을 빨고 있다
무릎에 앉은 채 껴안고 마셔라! 마셔라!
입에서 입으로 꽃술이 흘러들어가고 있다
폭탄주에 금방 까무러칠 듯 봄이 흔들리고 있다
세상에 어찌 끝이 있다 하는가
시작이 있을 뿐
겨울이 간 것이 아니라 봄이 온 것이다
파 . 릇 . 파 . 릇 숨통을 트고 잠시 멈추어 숨을 가다듬는
저 푸르러지는 산야로
풍찬노숙하던 환장한 봄이 날아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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