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밤꽃

洪 海 里 2015. 6. 14. 04:40

 

 

 

 

밤꽃

 

洪 海 里

 

 

비가 오자
뒷산의 밤꽃여자 집안으로 뛰어든다
기다리던 사내라도 있었는지
홀딱 벗은 알몸이다
백주 대낮에, 슬며시,
물큰한 냄새가 산을 가려버린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밤꽃이 낮이라고 낮꽃이 되겠는가
홀딱 벗고 우는 검은등뻐꾸기
'홀딱 벗고, 홀딱 벗고'
어디로 갔나 했더니, 물씬,
잘 익은 사내
방안에 밤나무 한 그루 심었다
뻐꾸기 울음이 흠뻑 젖었다.

 

 

 

 

 

 

밤꽃이 피면

 

洪 海 里

 

 

동네방네 홀어미들 독수공방에
오늘 저녁엔 보름달이 떠오르네
실실이 속옷 벗어 천지 가득 던져 놓고
인수봉 타고 올라 하늘 위에 뜨네.

 

차라리 싸늘하게 피어오르는 저 뜨거움
달뜬 심장 천둥이 쳐 눈앞이 캄캄하네
떼과부들 피미쳐 오늘밤엔 파산을 하고
집도 절도 없는 사내 방 한 간 장만하네.

 

                     - 시집『은자의 북』(1992)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밤꽃, 밤늦, 밤느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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