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_DAUM->
다저녁때(치매행1)
시 : 홍해리
그림 : 김성로
아내가 문을 나섭니다
어디로 가는지도
왜 가는지도 모른 채
그냥 집을 나섭니다
눈은 내리는데
하얗게 내려 길을 지우는데
지팡이도 없이 길을 나섭니다
닫고 걸어 잠그던 문 다 열어 놓고
매듭과 고삐도 다 풀어버리고
바람처럼 강물처럼 구름처럼
텅 빈 들판처럼 혈혈히.......
굽이굽이 한평생
얼마나 거친 길이었던가
눈멀어 살아온 세상
얼마나 곱고 즐거웠던지
귀먹었던 것들 다 들어도
얼마나 황홀하고 아련했던지,
빛나던 기억 한꺼번에 내려놓고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사는
슬픈 꿈이 아름답고
아름다운 삶이 아득한,
아침에 내린 눈 녹지도 않은
다저녁때
아내가 또 길을 나섭니다.
출처 : 김성로(KIM SUNG RO)
글쓴이 : 솔뫼 김성로 원글보기
메모 :
'시화 및 영상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홍해리 선생의 ‘치매행’ (0) | 2016.01.29 |
---|---|
[스크랩] 가을 들녘에 서서 /홍해리 ................한자님 작품 (0) | 2016.01.15 |
[스크랩] 마취 (0) | 2015.12.24 |
[스크랩] 노래 (0) | 2015.12.24 |
꽃나무 아래 서면 눈물나는 사랑아 (0) | 2015.1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