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스크랩] 홍해리 선생의 ‘치매행’

洪 海 里 2016. 1. 29. 11:56

 

오늘 아침엔 어제 하루 종일 내리던 비가

쉬지 않고 계속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주일 전에 한라산,

사라오름에 올라 눈꽃을 보고 온 친구들과

서귀포에 있는 쌀오름과 각시바위에 가기로

공지했다가 취소하고

컴 앞에 앉아 있습니다.

 

그럴 줄 알았더라면

어젯밤 자정이 넘도록 머물었던 상가喪家,

올 101살에 돌아가신 친구 어머님 장지葬地에나 따라갈 걸,

하지만 지금 찾아 가기엔 너무 멀고, 타고 갈 차도 없습니다.

 

하여,

홍해리 선생님의

‘아내에게 바치는 안타까운 사랑 고백’

시집 ‘치매행致梅行’을 꺼내 들고

중얼거리며 읽다가

절절한 사연을 담은 몇 편을 옮겨

새봄의 색, 노란 생강나무 꽃

몇 송이를 곁들여 올려 봅니다.

 

 

♧ 하루살이

    -치매행致梅行 * 83

 

하루살이에게는

하루가 천년이니

하루 살이가 얼마나 멀고 무거우랴

먹지도 않고

똥도 싸지 않고

하루 종일 날기만 하다

알만 까고 죽는다.

날개가 다 타서

더는 잉잉대며 날 수 없을 때

우주의 천년은 얼마나 짧은 것인가

하루에 천년,

천리를 가는 것이 부끄러워

미치도록 떼를 지어 나는

저 하루살이 떼!

 

사랑은 왜 이렇게 고달픈 것인가?

인생은 왜 이렇게 애끓는 것인가?

 

 

♧ 독작獨酌

   -치매행致梅行 * 117

 

네가 만든 잔에

내가 빚은 술을

따뤄 놓고,

 

네 잔에는

늘 내 중심인

깊고 서늘한 그리움을

 

첨잔添盞하고,

 

내 잔에는

늘 네 주변인

말없이 아득한 쓸쓸함을

 

첨배添杯하여,

 

어차피

생生이란 독작獨酌을 위하여

건배!

 

 

♧ 감옥

   -치매행致梅行 * 122

 

1.

감옥은 춥고 어둡다

한여름에도 춥고 대낮에도 어둡다

 

감옥은 괴롭고 답답하다

꽃을 봐도 괴롭고 문을 열어도 답답하다

 

출옥을 해도 괴롭고 답답하고

탈옥을 해도 세상은 춥고 어둡다

 

2.

스스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세상,

감옥입니다

 

속마음 한번 내뱉지 못하고 사는 세상,

지옥입니다

 

3.

기억을 잃어버린 백지인 사람

하루가 또 까무룩이 저물어

 

마주앉은 밥상머리

물만 밥에 목이 맵니다.

 

 

 

출처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글쓴이 : 김창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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