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임채우 시집『토끼의 뽀얀 연분홍 발뒤꿈치』표사의 글

洪 海 里 2016. 1. 15. 15:04

임채우 시집『토끼의 뽀얀 연분홍 발뒤꿈치』표사表辭의 글

 

날이 추어진 뒤에야

송백松柏이 시들지 않음을 안다는

성인聖人의 말씀 이후로

 

무겁다

 

함박눈 퍼붓고 간

북한산 둘레길

눈옷 두텁게 껴입고

휘이청, 안간힘 쓰고 있다

- 「후조後凋」 전문

 

  후조는 임채우 시인의 아호다. 대부분의 식물은 서리가 내리기도 전에 이파리가 시들고 색깔이 변해

단풍 들어 떨어지고 만다. 그러나 소나무와 잣나무는 서리가 내리고 눈이 쌓여도 푸르름을 전혀 잃지

않고 한겨울의 모진 추위를 견뎌낸다. 다시 말해서 송백은 결코 시들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번 후조의 세 번째 시집에는 주변의 일상 속에서 찾아낸 사람 사는 이야기, 즉 따뜻한 사람들의 정과

「북한산 일기」 24편과 같은 시편들에는 자연 속에서 발견한 생명의 아름다운 모습들이 진솔하게 그려져

제자리를 찾아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그의 시를 읽으면 독자로서 자연스럽고 든든한 느낌을 받게 된다. 시가 값을 하려면 작품 속에서

어휘와 이미지가 제자리를 잡아야 빛이 나는 법이다. 그런 면에서 후조의 이번 시집에서 독자들은 그의

두 번째 시집 『오이도』와 많이 다른 느낌을 받게 되리라 생각된다. 詩人은 시가 사람이란 뜻이다.

임채우 시인이 바로 후조시인後凋詩人이라 여기는 까닭이다.

                                                                                        - 洪海里(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