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향瑞香 Winter Daphne
서향(瑞香)은 이름 그대로 상서로운 향기가 나는 나무다. 중국이 고향이고 늘푸른잎을 달고 있으며, 다 자라도 2미터를 넘기 어려운 작은 나무다. 추위에 약하여 남부지방 외엔 심을 수 없다.
서향은 3~4월에 피는 꽃의 향기를 맡고 나서야 그 가치를 알게 된다. 바람이 부는 방향에 있다면 줄잡아 1~2킬로미터 밖에서도 향기를 맡을 수 있을 정도로 진하다. 향기가 천리를 간다는 의미로 천리향(千里香)이라고도 하며, 좀 더 과장하여 만리향이라고도 한다.
서향이란 이름이 붙여진 연유는 송나라 도곡이 쓴 《청이록(淸異錄)》에 나온다. 중국의 영산인 의무려산(醫巫閭山)에서 수도하고 있던 한 여승은 널찍한 바위 위에서 낮잠을 즐기다가 꿈속에서 강렬한 꽃향기를 맡고 깨어난다. 꿈속의 그 꽃을 찾아 헤맨 끝에 마침내 잠을 깨운 꽃을 발견하고는 수화(睡花)라고 이름을 붙였다.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수화를 상서로운 꽃으로 여겨 집에다 널리 심으면서 서향화(瑞香華)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서향은 고려 충숙왕이 원나라에 인질로 잡혀 있다가 귀국할 때인 1316년에 가져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보다 앞선 1254년에 간행된 《보한집(補閑集)》각주1) 에 처음으로 서향화(瑞香花)가 등장한다. 이를 미루어 보아 우리나라에 서향이 들어온 것은 고려 중·후기로 짐작된다. 서향은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부터 강한 향기가 바로 선비들의 관심을 끌었다. 《양화소록》에는 서향화를 두고 “한 송이 꽃봉오리가 벌어지면 향기가 온 뜰에 가득하고, 활짝 피면 그윽한 향취가 수십 리에 퍼져나간다”라고 했다. 또 각종 꽃을 9품으로 나눈 《화암수록(花菴隋錄)》에는 서향화를 4품에 넣고, 가까이 할 수 있는 벗에 비교한다면 특별한 벗이란 뜻으로 ‘수우(殊友)’라고 했다. 그 외에 《동국이상국집》에서도 서향을 찾을 수 있고, 《목은집(牧隱集)》각주2) 에서도 〈서향화〉란 시 한 수가 남아 있는데, “서향화가 움 속에서 고루 피었고/ 청명 날 꽃대를 내밀어 향기가 집 안 가득/ 우선 냄새부터 맡고나서 두 눈을 닦고 다시 보니/ 연분홍 가지 위에 여기저기 꽃이 흩어져 있네”라고 했다. 이렇게 서향이 처음 중국에서 들어왔을 때 인기가 폭발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서울 지방에서는 월동이 안 되므로 화분에 심어두고 감상했다.
서향은 자라면서 가지가 여러 갈래로 갈라져 낮고 펑퍼짐해진다. 어린가지는 표면이 매끄럽고 광택이 있으며 진한 적갈색이 특징이다. 손가락 길이 정도의 길쭉한 잎은 진한 초록빛으로 두껍고 광택이 나며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봄에 피는 꽃은 가지 끝에 뭉쳐 피며 작은 꽃이 모여 동그랗게 공처럼 되고, 마치 신부의 부케모양이 연상되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꽃은 통꽃으로 윗부분이 넷으로 갈라져 꽃잎처럼 보이는데, 실제는 꽃받침으로 꽃잎은 퇴화되어버렸다고 한다. 하나하나의 꽃은 안쪽이 흰빛이고, 바깥쪽은 붉은빛이 들어간 보랏빛으로 안팎이 다른 특별한 꽃이다.
서향은 암수가 다른 나무로 늦봄에 붉은 열매가 열리지만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대부분 수나무라 열매를 만나기는 어렵다. 학명의 속명(屬名)은 여신 다프네(Daphne)에서 따왔으며, 종명도 향기를 뜻하는 오도라(Odora)다.
중국에서 들어온 서향과 아주 비슷한 우리 나무로는 백서향(白瑞香)이 있다. 모양새가 서향과 매우 닮았으나 보라색인 서향과는 달리, 꽃의 안팎이 모두 하얀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백서향은 우리나라 자생종이며, 자라는 곳은 거제도와 제주도를 비롯한 난대림의 바닷가 숲속이다. 이른 봄 땅이 풀리자마자 바로 피는 하얀 꽃은 깔끔하고 보기가 좋아 최근에는 정원수로 널리 보급되고 있다. 백서향은 서향과 마찬가지로 강한 향기를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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