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9회 우이시낭송회 / 2019. 3. 30. 도봉도서관 시청각실
* 국립4·19민주묘지의 만개한 청악매靑萼梅가 비에 젖고 우박에 총 맞듯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合作詩>
국립4·19민주묘지에서
그 밝던 젊음 캄캄한 죽음으로 누워
죽어도 죽지 못한 꿈과 사랑과 한恨
봄이면 진달래로 피울음 토하고
소쩍새 구슬피 운들 무엇하리요
아직도 먹장구름 떠도는 꽃넋이여!
삼복三伏 미친 녹음 온 산천 몸살일 때
그대들의 멍든 혼도 하늘토록 차는구나
못다 핀 매운 사랑 불꽃으로 솟아올라
좀먹어 병든 세상 두고두고 태운지고,
묘비 옆 성성한 갈대들이
칼 하나씩 빼어들고
쓰러진 풀잎들을 일으켜 세우고 있다
열정은 핏빛 고운 한 점 낙엽으로 떨어져도
다문 입 묻어 둔 사랑
갈증난 잎새 끝으로 물드는 저녁 노을.
아무도 너를 모른다. 둘째 줄 다섯 번째의 무덤
충청남도 안부자安富子 묘, 병원으로 실려온 사상자를 보고
흰 가운을 입은 채 거리로 뛰어나간 너
'부자야, 이 겨울 눈을 뭉쳐 무엇 할래'
'민주주의가 보일 때까지 저 탑을 높일래요'
그날의 피맺힌 절규 오늘도 구천九天을 헤매는가
천만 겹 이 땅의 어둠 불사르며
자유의 빛 점화點火시키던 십자군十字軍들이여
그대들 죽어서도 영원히 사는 자者 되었거늘 ---.
* 이 합작시는 홍해리, 임보, 신갑선, 이생진이 춘하추동에 따른 그림을 그렸고
채희문이 용의 눈동자를 찍었음.
- 동인지『우이동』(제4집, 1988)에 수록.
매화, 눈뜨다
洪 海 里
국립4·19민주묘지
더디 오는 4월을 기다리는 수십 그루 매화나무
한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꿋꿋하게 서 있다
지난여름 삼복 염천의 기운으로 맺은 꽃망울
4월이 오는 길목에서
그날의 함성처럼 이제 막 터지려 하고 있다
두근거리는 가슴이 심상찮다
그날 젊은이들도 이랬으리라
지금은 관음觀音 문향聞香이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은 방향을 잃은 벌들처럼
무심하게 걸음을 재촉하며 헤매고 있다
한 시인 있어
막 터뜨리는 꽃망울을 보며
절창이야, 절창이야, 꽃을 읊고 있다
연못가 버드나무도 연둣빛 물이 올라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때 되면 철새처럼 몰려와 고갤 조아리고
금방 잊어버리고 마는 새대가리들
그날의 핏빛 뜨거운 함성은 들리지 않고
총선이 다가온 거리마다
떠덜새인 직박구리처럼 떼 지어 수다를 떨고 있다
나라를 구하라[求國]는 듯
먼 산에서 산비둘기 구국구국 구슬피 울고 있다.
- 시집『독종』(2012, 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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