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죽순시학竹筍詩學

洪 海 里 2020. 5. 10. 05:51




죽순시학竹筍詩學


洪 海 里




죽순은 겨우내 제 몸속에 탑을 짓는다

아무도 소리를 듣지 못하는 물탑이다

봄도 늦은 다음 푸른 비가 내려야 대나무는

드디어 한 층씩 올려 탑을 이룬다

때맞게 꾀꼬리가 뒷산에 와

아침부터 허공중에 금빛 노래를 풀면

대나무는 칸칸마다

질 때도 필 때처럼 선연한

동백꽃이나 능소화 같은 색깔의 소리를 품어

드디어 빼어난 소리꾼이 된다.

 

숨어 사는 시인이 시환詩丸을 물에 띄우듯

대나무는 임자를 만나 소리 한 자락을 뽑아내니

산조니 정악이니 사람들은 이름을 붙인다

몇 차례 겨울을 지나 대나무가 되고 난 연후의 일이다.


 

  * 죽순 : http://blog.daum. net/ch66da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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