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 전설
- 임보 · 홍해리 시인
전 선 용
석란石蘭의 우아함을 입으로 말하는 건 경솔이다
자태의 물아일체,
뒷모습이 선비 같아서 구름은 인수봉에 신선으로 앉았다
백운대가 땅에 엎드려 경배할 때
화산華山, 은산隱山*
강렬強烈하지만 감렬甘烈한 말씀이 꽃으로 만개했다
반세기 계절을 병풍으로 접었다 펴고
삼족오三足烏 울어 유명幽冥을 달리한 유명有名이
도선사 불경처럼 수런댄다
삼각산아,
그렇다고 덧없다 하지 말자
솔밭 송홧가루 흘림체로 흘러 무위가 될지라도
무아의 경지가 이름에 없고 돌부리에 있는 것을,
길 아닌 곳에 우뚝 선 꽃대가 바람 따위에 굴복하지 않는 것은
견고한 무릎이 삼족오 발톱 같기 때문이다
해를 숭배하고 주신酒神을 섬기는 사유가 선물이라서
비가 술같이 내리는 날
주거니 받는 낭창이 춘화처럼 솔깃해 우이동 골짜기
옷고름 풀었다
돌이 넉넉해서 난 뿌리를 받아들인 것인가
난 뿌리 도량이 넓어 돌을 포용한 것인가
우이천 굽이쳐 지면을 술로 적시면
봄은 언제 왔는지, 또 겨울은 언제 갔는지,
낮술 따라 세상이 돌고 풍류는 하염없이 피고 지는데
달빛 받아 별을 인용한 삼각산 땅거미 자벌레처럼
하산할 때 누구는 부처를 보았다고 하고 누구는
도인이 내려왔다고 했다.
* 화산華山은 임보 시인, 은산隱山은 홍해리 시인의 아호雅號.
* 사족 : 임보 시인은 젊어 수석에 시인의 영혼을 심었고 홍해리 시인은 난을 심어 선비정신을 드높였다.
- 계간 《시와 사람》 2021.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