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릇 천지
꽃무릇 천지
洪 海 里
우리들이 오가는 나들목이 어디런가
너의 꽃시절을 함께 못할 때
나는 네게로 와 잎으로 서고
나의 푸른 집에 오지 못할 때
너는 내게로 와서 꽃으로 피어라
나는 너의 차꼬가 되고
너는 내 수갑이 되어
속속곳 바람으로
이 푸른 가을날 깊은 하늘을 사무치게 하니
안안팎으로 가로 지나 세로 지나 가량없어라
짝사랑이면 짝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만나지 못하는 사랑이라서
나는 죽어 너를 피우고
네가 죽어야 내가 사는가
나란히 누워보지도 못하고
팔베개 한 번 해 주지 못한 사람
촛불 환히 밝혀 들고 두 손을 모으면
너는 어디 있는가
마음만, 마음만 붉어라.
나는 네게로 와 잎으로
너는 내게로 와 꽃으로
이 가을날 하늘은 사무치고
안안팍으로 가량없어라
팔베개 한 번 해주지 못한 사람
너는 어디 있는가
마음만 붉어라.
꽃무릇은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한다.
애절한 사랑, 그리움.
이 가을에 다시 불러본다.
- 유인식 님의 페북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