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化된 洪海里

자란紫蘭 / 나병춘(시인)

洪 海 里 2022. 5. 7. 09:27

 

 

자란紫蘭

 

나 병 춘

 
 
 

 

자란자란 자랑자랑

자랑스레 꽃대를 올린다

자랑자랑

자고 싶을 때 자고

깨고 싶을 때 깨련다

 

지는 것이 피는 것이고

피는 것이 지는 것

시인의 콧노래 흥얼흥얼 들리는 뒤란에

자란자란 자장가처럼 그윽하게 펴

자릉자릉 꿈나라를 저어가네

 

누가 들어도 좋고

듣지 않아도 무슨 대수랴

세란헌* 외로운 창에 으스름 달이 비추면

나도 덩달아 갸웃 갸웃거리며

일찍 깨어난 헛기침 소릴 엿들으리라

 

소쩍이 소쩍소쩍 울어옐 적에

나도 덩달아

자릉자릉 자란자란

소리도 없이 피고 지리라

 

*세란헌 : 홍해리 시인의 집 洗蘭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