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비 그친 우후 / 경상매일신문, 2022.08.01.

洪 海 里 2022. 9. 5. 18:25

<詩境의 아침>

비 그친 오후 / 홍해리

- 선연가嬋娟歌
경상매일신문 기자 / gsm333@hanmail.net
입력 : 2022년 08월 01일



 

집을 비운 사이
초록빛 탱글탱글 빛나던 청매실 절로 다 떨어지고
그 자리
매미가 오셨다, 떼로 몰려 오셨다

조용하던 매화나무
가도 가도 끝없는 한낮의 넘쳐나는 소리,
소낙비 소리로,
나무 아래 다물다물 쌓이고 있다

눈물 젖은 손수건을 말리며
한평생을 노래로 재고 있는 매미들,
단가로 다듬어 완창을 뽑아대는데, 그만,
투명한 손수건이 하염없이 또 젖고 젖어,

세상 모르고
제 세월을 만난 듯
쨍쨍하게 풀고 우려내면서
매미도 한철이라고 노래하고 있는 것인가

비 그친 오후
일제히 뽑아내는 한줄기 매미소리가
문득
매화나무를 떠안고 가는 서녘 하늘 아래


어디선가
심봉사 눈 뜨는 소리로 연꽃이 열리고 있다
얼씨구! 잘한다! 그렇지!
추임새가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다.



<수필가가 본 시의 세상>


비가 오다. 그친다. 다시 비가 내리다가 그치는 척 하더니 또 내리는 비…
이제 겨우 정지다. 그러더니 조금 전부터 일제히 뽑아내는 한줄기 매미소리가 빗소리보다 우렁차다. 여름은 매미소리의 합창으로 힘을 얻는다. 그들의 지치지 않는 노랫소리로 비로소 여름이 여름다워진다. 그 소리는 포플라나무 주욱 늘어선 모래벌을 연상하게 하고, 아이들의 물장구치는 소리도 불러 오고, 쨍한 햇님 보란 듯이 한가로이 떠다니는 몽실몽실한 구름떼를 생각나게 하고, 그 여러 소리를 먼데서 나른하게 듣고 있는 할배의 목침 베개도 생각나게 한다. 여름비는 참 많은 생각의 평화를 가져다주곤 했다. 시인은 비 그친 오후에는 '봉사 눈 뜨는 소리' 며 '연꽃이 열리는 소리'까지 듣고 있는 큰 귀를 가지셨구나.
    - 박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