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海里 사진·캐리커쳐

異山 전선용 시집『그리움은 선인장이라서』

洪 海 里 2023. 8. 13. 10:46

                                  

  * 사진을 찍느라 본인 얼굴이 빠졌네~~~!(2023. 08. 12./ 異山齋)

 

범람하는 시인과 시집 틈에 가을 풍경이 가발처럼 내려 앉는다. 나 하나 쯤은 자제해도 될 법한 절차적 행위가 여전히 어색하고 낯선 이유, 나약하고 부족한 밑천을 드러내는 미안함이 신앙처럼 다가와 몸 둘 바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하나님께 감사함은 아무것도 아닌 나를 수렁에서 건지시고 더러운 입술을 숯불로 정화하사 이처럼 경 같은 시집을 내 놓게 했으니 이 모든 일은 나의 노력이 아니라 순전히 나의 주인 되신 하나님 은혜의 선물이라.
축하를 위해 홍해리 선생님, 그리고 멀리 프랑스에서 오신 공 화백께서 異山齋에 오셔서 상량하듯 케이크 촛불을 올리고 졸시를 읊어 주시는 영광을 누렸다.
시인은 원래 배가 고픈 거라며 다 해진 내 바지 주머니에 구렁이 알 같은 오만원 권 지폐를 메모와 함께 넣어주셨던 어머니는 지금 곁에 없지만, 영정 앞에 졸시집을 놓고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매미 울음이 북한산 기슭을 메우는 이 아침, 환청 같은 어머니 목소리가 지쳐가는 여름을 다독이고 있다.
매미
 
전 선 용
 
사시사철 울어 젖힌다
전화기에 매달려 일찍 들어오라고 울고
외출할 때면 등 뒤에 붙어
옷을 고쳐 입어라 운다
담배 피지말라고 울고
화장실 불을 끄고 다니라고 운다
늙어갈수록 깨끗해야 한다며
속옷 챙기며 울고
갈 날이 머잖았다고 걱정하며 운다
별일 아닌데도 울고
별일 있어도 우는 매미가
등 뒤에서 또 운다
그렇게 잔소리가 울고
사랑이 운다.​
8월 20일 이후부터 교보, 알라딘 등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더불어 생명과 문학 김윤환 목사 시인께 감사드린다. - 전선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