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洪 海 里
산책은 산 책이다
돈을 주고 산 책이 아니라
살아 있는 책이다
발이 읽고
눈으로 듣고
귀로 봐도 책하지 않는 책
책이라면 학을 떼는 사람도
산책을 하며 산 책을 펼친다
느릿느릿,
사색으로 가는 깊은 길을 따라
자연경自然經을 읽는다
한 발 한 발.
- 시집『독종』(2012, 북인)
산책
洪 海 里
한발 한발 걸어가면
발로 읽는 책 가슴속에 비단길 펼치고
눈으로 듣는 책 마음속에 꽃길을 여니
줄 줄만 아는 산 책에 줄을 대고
한없이 풀어 주는 고요를 돌아보라
줄글도 좋고 귀글이면 또 어떤가
싸목싸목 내리는 안개, 그리고 는개
온몸이 촉촉이 젖어 천천히 걸어가면
산 책 속에 묻히리니,
입으로 듣고 귀로 말하라
인생은 짧고 산책은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