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투망도投網圖』1969

<시> 공사장에서

洪 海 里 2005. 10. 28. 09:55

공사장에서

 

洪 海 里

 

 

아직은 꽃의 바람과 구름이
먼 산정의 태양을 가리운다만
집 없는 이들도 허리를 펴고
나들이에 분주하다
가녀린 여자의 자연 속에도
새벽의 씨는 뿌려져
가늘게 떠는 원시의 율동이 돋보인다
저녁이면
저마다 떠나갔던
숲 속의 새 떼도 다시 돌아와
빛나는 태양의 빛살에 놀라
혼사 준비에 열중한다
아직은 언제나 소망의 투망질
가끔 낚아 올리는
눈이 큰 허무의 껍데기
허깨비처럼
가슴을 울리는 망치소리
집 없는 이들도 마음 놓고
아내의 가느란 손목을 잡고
나들일 하는 오후
허깨비의 끝없는 망치질 소리
암울한 하늘 아래
더욱 똑똑히 가슴에 와 닿는다.

 

-『投網圖』(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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