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화사기花史記』1975

<시> 소리 1

洪 海 里 2005. 10. 30. 17:16

소리 · 1

 

洪 海 里

 

 

백목련이 피었다
언제 지는지
살 떨어지는 소리로
가슴을 때리고 있다.

지지 않을 듯 지지 않을 듯
이마에 서늘히 하얀 불 켜고
순한 살로 의연히 미소짓더니,

다 타고 나서
재조차 남기지 않을 듯
천지간을 화안히 밝히더니만,

아무 나무 새순이나 꽃잎쯤이야
감히 치어다 보지도 못하게
하늘 아주 가까이 봄을 불러 올려서
은밀하니 데이트나 하자 하더니,

화무십일홍!
花無十一紅!
하릴없이 지고 있다.

그렇게 피었다 그렇게 지는
이 아픈 개화가
뚜욱! 뚝! 가슴을 울리고 있다.

 

- 시집『花史記』(1975, 시문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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