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
1850년 프랑스 작가 발자크 사망
‘문학의 나폴레옹’을 꿈꾸었던 발자크. 그는 19세기 중반 낭만주의의 세계문학 사조에 사실주의와 자연주의의 물꼬를 텄다.
90여 편의 미완으로 남은 연작 장편 ‘인간희극’은 문학사에서 그 짝을 찾기 힘든 원대하고 심오한 구상이었다.
전쟁과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본주의가 태동하던 시기의 프랑스를 세밀한 거대벽화로 그려냈다. 놀라운 관찰력과 사진 같은 생생한 기억력으로
시민사회의 인간 군상을 찍어냈다. ‘문학적 초상화가’였다.
그는 동시대인들의 ‘호적(戶籍)’과 경쟁하려는 야망을 품고 있었다. ‘소설의 셰익스피어’였다.
“1830년대의 사회를 그리면서 1848년 2월혁명 이후의 프랑스 사회를 투시하고 있다.”(엥겔스)
오노레 드 발자크.
그는 하찮은 집안의 피를 물려받았으나 평생 귀족을 숭배하고 동경했다. 스스로 귀족 칭호를 내려 ‘드 발자크’라고 ‘참칭(僭稱)’했다.
외출할 때는 우스꽝스러운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황금단추가 달린 연미복을 입었다. 손에는 커다란 터키옥(玉)이 달린 지팡이가 들려 있었다.
그는 빚쟁이들에게서 언제든 도망칠 수 있도록 뒷문이 달려 있는 집에서 살았다. 평생 자신의 빚을 갚아줄 나이 많은 귀족부인들의 꽁무니를
좇았으니 첫사랑은 23세 연상에 일곱 아이의 어머니였다.
그러나 문학가로서 발자크는 그지없는 놀라움과 경탄의 대상이다. “그의 위대함은 그의 삶과 문학이 빚어내는 극심한 모순과 대립 속에서
소용돌이친다.”
정치적으로 왕당파를 자처했으나 작품은 시민계급의 손을 들어주었다. ‘리얼리즘의 위대한 승리’였다.
그는 불행과 고통 속에서 진정한 작가로 단련되었다. 그의 걸작들은 가장 힘들고 어려울 때 씌어졌으니 “그의 불행은 우리의
행복이었다.”(슈테판 츠바이크)
20대에 그는 이미 ‘소설공장’이었다. 매일 밤 12시에서 다음날 오후까지 16시간씩 글을 써내려갔다. 세계문학사상 가장 지치지 않는
노동의 인간이었다.
그가 51세의 나이로 숨지자 ‘인간희극’의 완성을 고대하던 이들은 탄식했다. “그에게 5년만 더 주어졌더라면….”
그러나 그는 그 짧은 생애만으로도 위대했다.
발자크 생애 최고의 작품은 바로 그 자신의 삶이었다!
이기우기자 keywoo@donga.com
“그가 칼로 시작한 일을 나는 펜으로 완성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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