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
1910년 마크 트웨인 사망
그 이름들을 듣기만 해도 가슴이 따뜻해진다. 입가에 슬며시 웃음이 감돈다. 봄풀처럼 돋아나는 유년의 기억들….
필명인 마크 트웨인으로 잘 알려진 새뮤얼 랭혼 클레먼스(1835∼1910)를 아동소설 작가로 알고 있다면 잘못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그의 작품에 바친 찬사.
“미국의 현대문학은 마크 트웨인이 쓴 ‘허클베리 핀의 모험’(1884)이라는 책 한 권에서 비롯한다.”
발표 당시에는 ‘불순한’ 책으로 찍혔다.
주인공 헉은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사는 소년. 상스러운 말투와 욕설은 기본이고 남의 집 수박이나 닭을 자주 ‘빌려 온다’. 게다가 “천국보다
차라리 지옥에 가고 싶다”고 선언한다.
19세기 말 미국의 청교도 사회는 발끈했다.
라이프지(誌)는 ‘피를 굳게 하는 유머’, ‘하수구 리얼리즘’, ‘천박하고 지루한 농담’ 등의 표현을 써가며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매사추세츠 주 콩코드도서관위원회는 이 소설을 ‘더러운 쓰레기’라며 장서 목록에서 삭제했다. 수많은 학교에서 금서(禁書)로 분류됐다.
미시시피 강을 주유하던 자연아(自然兒)에겐 이 모든 게 가식으로 보였다.
그는 당시 미국 문단이 영국 문학을 흉내 내는 게 싫었다. 힘 있고 사실적이며 구어체인 미국식 영어를 썼다. 아름다운 문체의 억압에서 미국
산문을 해방시켰다.
작품 속 유년은 아름다웠지만 실제 자신의 삶은 신산(辛酸)했다.
가난한 개척민이던 부친은 빚만 남긴 채 일찍 세상을 떴다. 소년 트웨인은 인쇄소의 견습 식자공으로, 뱃길 안내원으로 일했다. 30세에는
인생이 괴로워 “탄환이 장전된 총을 머리에 겨눴으나 방아쇠를 당길 용기가 없음을 알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래도 늘 유머를 잃지 않았다. 유머는 그를 지탱해 주는 든든한 힘이었다.
1909년 그는 이렇게 썼다.
“나는 핼리혜성이 나타났던 1835년 태어났다. 혜성은 내년에 다시 온다고 한다. 나는 그것과 함께 갈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1910년 4월 21일 세상을 떴다. 그의 유머를 빌리면 ‘가장 위험한 장소(침대·대부분의 사람이 사망하는 곳이기에)’에서.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허클베리 핀, 톰 소여, 시드, 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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