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동아일보

<책갈피> 임어당

洪 海 里 2005. 12. 30. 09:24
05/10/10

[책갈피 속의 오늘]

 

1895년 중국 작가 林語堂 출생

“유머는 그윽할수록, 은근할수록 더욱 묘미가 있다. 노여워하지 않고 그저 슬며시 미소 짓게 하는 게 유머다. 풍자는 매서움을 추구하는데, 그 신랄함을 제거하고 담백한 심경에 이르러야 유머가 된다….”

1930년대 ‘소품문(小品文) 운동’을 통해 중국 현대문학을 견인했던 린위탕(林語堂).

마치 오리가 물을 대하듯 영어를 대했던 그는 중국의 전통문화보다 서양문화에 더 정통했다. “두 다리를 동서(東西)문화에 걸치고 마음을 가다듬어 우주의 문장을 평한다”고 자처했다.

그러나 베이징대 교수 시절 루쉰(魯迅) 저우쭤런(周作人) 형제와 교류하면서 그는 ‘중국식 의복과 신발 속에서 비로소 영혼의 안식을 얻는다’.

1937년 다시 도미한 뒤 그는 중국의 전통문화로서 세계를 구하려 한 ‘동방철인(東方哲人)’으로 모습을 나타내었다. ‘생활의 발견’은 동양철학을 현대화한 교과서로 널리 읽힌다.

삶의 매순간을 향유하는 ‘생활의 예술’을 지향했던 린위탕. 그는 중국의 전통 도가사상에서 자신의 철학적 문학적 심미적 원천을 찾았다. 하늘을 지붕 삼고, 땅을 베개 삼았던 그 표일(飄逸), 그 담백, 그 ‘한적(閑適)’의 경지를 추구했다.

이(利)에 집착하지 않고 공명에 급급해하지 않으며 정치적인 시비를 따지지 않는다! 대신에 그는 자연, 가정, 여행, 독서, 차(茶), 골동품, 담배, 술과 같은 일상의 즐거움을 권한다. ‘도가 행해지지 않으면 뗏목을 타고 바다를 떠다닌다!’

그는 글을 쓸 때는 마치 옛 친구와 정담을 나누듯 ‘단추를 채우지 않은 심경(unbuttoned moods)’에 도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머와 풍자를 구분했다. 늘 아프게 찌르는 풍자에서 가시를 뽑아내고 문장의 화기(火氣)를 누그러뜨렸다.

그러나 “모래바람이 얼굴을 때리고 호랑이가 떼를 지어 달려오는 때에 누가 유머를 말할 수 있는가?”(루쉰) 그 혼란하고 어두운 때에 ‘시대의 비애’에서 비껴선 유머는 가벼운 우스개로 전락할 뿐이었다. 유머의 ‘막다른 길’이었다.

‘반도(叛徒)와 은사(隱士)’라는 두 개의 상반된 영혼을 지녔던 린위탕. ‘우주의 광대함에서 파리의 미소(微小)함까지 두루 취할 수 있다’고 했음에도 그의 글은 오늘날 가볍고 경박한 인상마저 준다.

그는 ‘근대적 자아’의 자유의식을 한껏 표출했으나 그 예술가의 초상은 그저 ‘고독한 자아’에 머물렀던 거다.

이기우 문화전문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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