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스크랩] <시그림> 메밀꽃

洪 海 里 2006. 2. 11. 04:24

메밀꽃 /洪海里

 

친정과 시집 사이
아내의 눈물 한 쪽
수줍게 수줍게
하얀 밤바다 핀다

달빛 잠재운 늪이듯
식은땀 흘리는
서른 셋의 꽃이파릴
싸고 돌면서
나의 바람을 잡는
아내의 女子

신음으로 신음으로
밤을 밝히는
시퍼런 살 밖으로
아내의 안달은 일어서다가

가슴에 와서
언뜻
눈이 내려 눈이 내려
아내의 옆구리
잠 못 드는 달도 내리고

지천이다 지천이다
울고 가는
젖은 목소리
기러기 하늘의 寂寞.

(1976)

 

 

 

메밀꽃

 

 

 

소복을 한 젊은 여자가
달빛과 달빛 사일 오가며
천상에서 바랜 옥양목 한 필을
산간에 펼쳐 널고 있다
겨드랑이 아래로 사태지는 그리움
저 서늘한 불빛으로 달래며
천년을사루어도 다 못할 정을
하얀 꽃으로 피우고 있다
달이 이울면 산이 쓸리고
반쯤 젖어 흔들리는 고운 목소리
알몸의 어둠을 하얗게 밝히고 있다.

(1976)

 


'시화 및 영상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그림> 가을 수채화  (0) 2006.02.13
[스크랩] 동백꽃 / 홍해리  (0) 2006.02.13
<시그림> 사랑  (0) 2006.02.10
[스크랩] <시그림> 안개를 말하다  (0) 2006.02.08
[스크랩] <시그림> 오동도 처녀들  (0) 2006.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