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귀
홍 해 리
밤낮없이 시장기가 드는 나의 귀
바람소리 폭포소리만 귓전을 친다
우리는 귀를 막고 우리는 들으려 한다
죽은 소리는 소리가 아니다
천 리 만 리 밖에서도 가득차오는
산 소리가 하늘빛 깨치면서
산빛으로 물빛으로 달려가고 있다
죽은 꽃이 떠가는 허공중으로
목금을 찍고 있는 까치 몇 마리
새벽녘이 그들의 광장이라면
사내야 눈감고 달려가는 사내야
길이 보이느냐 죽음으로 가는 길이
텅 빈 귀에 난 길을 타고
달려가는 바람소리는 뜨겁다.
(『우리들의 말』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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