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봄소식> 김판용 시인

洪 海 里 2006. 3. 10. 19:25

잘 지내시지요?
저녁부터 황사가 몰려온다고 합니다.
고운 봄날에 망치는 황사!
그 황사 때문에 주말이 좀 우울할 것 같습니다.
그런저런 분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꽃들이 핍니다.
벌써 셀 수없이 많은 꽃들을 보면서 봄 기운에 젖습니다.

초봄에 피는 청초한 꽃입니다.
꽃빛과 생김새에 비해 이름이 좀 점잖지 못합니다.
"큰개불알풀꽃"
꽃이 지고 맺히는 열매가 마치 개의 그것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꽃이 아주 작은데 너무 아름답습니다.
지금 밖으로 나가보세요.
보라색 꽃들이 웃으며 반길 것입니다.

매화가 벌써 피었습니다.
어제 출장길에서 본 경남 통영 근방의 매화는 한참이더군요.
아취고절이라 부르는 매화!
그 꽃을 따서 차에 띄워 마시면 온통 봄을 품은 듯하지요.
선비의 기품을 느끼게 하는 매화가 섬진강을 따라 가득 피겠지요.
섬진강을 따라 트레킹을 해야겠습니다.


함양에 있는 일두 정여창 고택 옆에 피어 있는
산수유 꽃입니다.
전주는 아직 일러 피지 않았습니다.
노란 꽃이 벌고 꽃잎들이 한 번 더 피는 산수유꽃!
지리산 밑에 가면 산수유 축제가 열립니다.
산수유 축제와 고로쇠물, 그리고 매화---.
봄을 가장 느끼게 하는 상업적 매개들이지요.
아직도 붉은 열매가 선연한데 그 자리에 다시 피는 꽃을 보면서
소멸과 생성의 순환을 생각합니다.


봄을 가장 빨리 맞는다고 해서 영춘화라고 부르지요.
어떤 사람들은 개나리로 착각을 하는데---.
뜯어볼수록 예쁜 구석 하나 없는 개나리하고는 차원이 다릅니다.
영춘화는 이른 봄에 나온 꿀벌들의 밀원이 되기도 하지요.
키가 작아서 덤불에 숨으면 보이지 않는 꽃, 그 속에서 숨죽이고 봄을 맞는 영춘화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어제 찾아갔던 운흥사의 장독대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독대이지요.
꽃처럼 담을 치고 또 꽃처럼 둘러서 큰 항아리는 밖에,

작은 항아리는 안에 배치함으로써 조형미를 뽑냅니다.
장독대 탓에 들어가는 길부터 적막해서 너무 좋은 운흥사의

운치가 묻혀버리지요.
이제 막 봄이 깃을 칠 것입니다.
오는 봄 놓치지 말고 누리시기를 빕니다.

 

2006. 03. 10.
김판용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