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스크랩] <시그림> 상강에 제주한란이 개화하다

洪 海 里 2006. 3. 26. 18:36


    
    난초 / 이병기(가람) 
    빼어난 가는 잎새 굳은 듯 보드랍고,
    자줏빛 굵은 대공 하얀 꽃이 벌고,
    이슬은 구슬이 되어 마디마디 달렸다.
    본래 그 마음은 깨끗함을 즐겨 하여,
    정한 모래 틈에 뿌리를 서려 두고,
    미진(微塵)도 가까이 않고 우로(雨露) 받아 사느니라.
    
    
    우리의 先人들은 옛부터 蘭과 가깝게 지내는 삶을 누려 왔다.
    수많은 식물들 중 梅, 蘭, 菊, 竹을 택해 이를 四君子라 하였으며,
    이와 함께하는 흥겨움과 넉넉함을 노래하여 왔다.
    어느 면에서 삶에 흥과 여유를 누리게 하였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선인들이 이 사군자 중에서 특별히 선택된 품종에 한해 
    각기 맞는 格을 매기고, 그 속에 자신들의 인생을 비추어 보고,
    가르침도 받으며 살아 왔다.
    사군자중 으뜸은 蘭이다 
    특별한 가치를 지닌 蘭만을 택해 다시 格을 부여하여 
    고매함을 한층 더 느꼈으며, 
    따라서 格을 부여받지 못하면 
    한 낱 보잘것없는 포기에 불과 할 뿐이다. 
    한마디로 가치가 없다는 말이다.
    蘭과 풀이 다른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마찬가지로 사람들도 格을 갖추지 못하면 
    가치 없는 풀 포기와 무엇이 다르랴! 
    한낱 인간 잡초일 뿐이다. 
    난도 그러하거늘 이 세상이 필요로 하는 格을 지닌 人格者만이 
    존경받고 빛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우리의 그리스도교는 인내(忍耐)에 그 근본 바탕을 두고 있다. 
    일찍이 동양사상인 중용(中庸)도 그리스도교의 인내와 함께 
    삶의 가치 기준이 되어 왔다. 
    그리스도교의 인내는 곧 사랑이다. 
    사랑이란 오래 참는 것이며, 온유함도 오래 참는 것이다. 
    동양의 중용사상이 서양 철학 스토아학파의 주류를 이루었듯이 
    항상 자기 스스로의 가치를 인식하여 
    더도 말고 덜도 마는 행동을 가르쳐 왔다. 
    스스로의 가치와 분수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을 사는 우리는 이러한 점에서는 망각 속에 살고 있다.
    특히 현대병이라 할 수 있는 자기 만족에 심취하는 이기주의적이며,
    타인과의 교류 부재와 과다한 영양섭취, 운동부족, 정서불안등의 
    장애 요인들이 生을 가로막고 있어 
    인격 면에서도 인내와 중용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인성의 장애와 물질주의의 타락을 치유하는 요법으로 
    참다운 취미 생활과 삶의 여유로서 즐기기 위해 
    蘭을 가꾸어 봄이 어떨까? 생각해 본다
    蘭을 가꿈에 있어서는 무엇 보다 인내와 중용이 필요하다. 
    난을 키움에 있어 이러한 인간성의 토양이 마련되어 있지 않으면 
    蘭은 잘 자라지 않는다.
    蘭을 키우다 보면 자기 자신도 모르게 난으로 인하여
    성숙해 짐을 느낄수 있다 
    蘭을 키우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면 그 사람의 성품을 엿볼 수 있다. 
    매사에 성격이 급하고 감정이 성숙되어 있지 않으며, 
    감수성도 없이 분위기를 즐길 문화 의식이 없다면, 
    蘭을 잘 키워 내지 못 하거나 또 키우고 있다해도, 
    그 난분(蘭盆)들이 황폐해 있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蘭을 가꾸고 배양하면서도 겉모습만 보고 좋아한다면 
    그건 지극히 형식적이고 고정 관념에 빠질 우려가 있다. 
    진실로 蘭을 사랑하는 사람은 코, 눈의 감각뿐만 아니라 
    가슴으로 蘭과 생명력을 주고받으며 호흡을 함께 해야 한다. 
    내 생명력이 蘭에게 주어지고 蘭의 생명력이 나에게 주어져 
    심장으로 그것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외람 되지만 성서의 말씀을 인용하여  
    蘭은 
    오래 참습니다. 
    친절합니다. 
    시기하지 않습니다. 
    자랑하지 않습니다. 
    교만하지 않습니다. 
    무례하지 않습니다. 
    사욕을 품지 않습니다. 
    성을 내지 않습니다. 
    앙심을 품지 않습니다. 
    불의를 보고 기뻐하지 아니하고 진리를 보고 기뻐합니다. 
    모든 것을 덮어 주고, 모든것을 믿고, 모든것을 바라고, 
    모든것을 견디어 냅니다. 
    그리고 蘭은..
    주인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랍니다.    
    난꾼   
    
          
          蘭丁記 / 홍해리(洪海里) 
          -霜降에 제주한란이 개화하다 
          기다려도 기다려도
          발자국 소리 오지 않더니
          가을 들어
          가장 맑은 날 밤을 골라
          첫서리 내리자
          드디어 네가 날개를 펴
          암향을 천지사방으로 흘리며
          아름다운 덫을 놓고 있다
          연보라빛 깊은 花獄을 쌓아
          골짜기마다 처음으로 길이 트이고
          마을이 화안하다 못해 향그럽다
          영원이 거기 있어 나를 열고 있는가
          이미 꽃은 꽃이 아닌 꽃이 되어
          입술이 젖어 있고
          제주바다가 눈썹 위에 잔잔하다
          안과 밖이 공존하는
          있음과 없음이 함께하는
          너의 중심으로
          나의 모든 길이 향하고 있다
          네 주위에 와 노는 한라산 바람
          연보라빛으로
          무위의 춤을 엮나니
          靜中動이요 動中靜의 花心世界로다.
    
    은은하면서도 청아한 향을 자랑하는 제주한란, 
    현재 천연기념물 제191호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그러나 제주의 지역 특성상 좁은 산지와 자생지의 황폐화로 
    개체의 보존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브람스 / 교향곡 제3번 F-major 3악장 포코 알레그레토 
    

출처 : 蘭사랑-(난사랑동우회)
글쓴이 : 난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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