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동아일보

<책갈피> 현대 佛소설의 모델

洪 海 里 2006. 3. 29. 05:52

[책갈피 속의 오늘]

 

1902년 佛작가 마르셀 에메 출생

[동아일보 2006-03-29]   

“현대 프랑스 단편소설에는 특유의 분위기와 암묵적인 규칙과 전형적인 문체가 있다. 그 모든 것에 대해 모파상보다는 마르셀 에메에게 더 많은 빚을 지고 있다.”

1986년 3월 프랑스 문예지 ‘짧은 글’에 실린 내용이다. 프랑스 문학에서 에메가 차지하는 자리를 잘 보여 주는 얘기다.

에메는 1902년 3월 29일 프랑스 동부 주아니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 어머니를 여의고 외가에 맡겨져 자란 그는 파리로 와서 의대에 입학했지만 학업에 뜻을 두지 못하고 온갖 직업을 전전했다. 영화 단역배우, 장돌뱅이의 바람잡이, 쓰레기 수거회사 인부, 보험업자….

건강이 안 좋아 요양하던 중 장편소설을 쓰기 시작한 게 문학 인생의 시작이었다. 1926년 출간한 처녀작 ‘브륄부아’로 문인협회 문학상을 받았고, 1929년 펴낸 ‘허기진 자들의 식탁’은 유명한 르노도상을 수상했다.

증권거래소, 무역회사 등에서 일하며 해마다 소설을 써낸 에메는 1933년 ‘초록 망아지’로 대박을 터뜨리며 경제적 곤궁에서 해방된다.

국내에도 소개된 이 소설은 희한한 내용이다. 프로이센-프랑스 전쟁 중 오두앙 집안에 군인이 쳐들어온다. 민병대원 아들이 숨어 있다고 앙숙 말로레 집안이 밀고를 한 것. 군인은 오두앙 부인을 능욕하고, 복수심에 불탄 오두앙가 아들이 말로레 집안을 찾아가 어머니가 당한 것과 똑같은 복수극을 펼친다는 이야기. 분방한 성 묘사도 그렇거니와 구태의연한 교회의 모습에 대한 조롱을 숨기지 않아 커다란 논쟁이 벌어졌다.

하지만 문학적으로 ‘초록 망아지’는 작가의 발랄한 입심이 빛나는 소설이며 에메 작품 특유의 환상적인 요소도 잘 버무려졌다(세상에 있을 수 없는 초록 망아지가 등장해 인간의 욕망을 상징하는 역할을 한다). 많은 소설과 수필, 동화, 희곡을 썼고 대중적인 인기도 많았다. 오늘날 프랑스에서는 그를 ‘국민작가’라고 부른다.

에메가 살면서 작품을 썼던 몽마르트르에는 현재 그의 동상이 서 있다. 건물 벽에서 빠져 나오는 듯한 모습이다. 국내에도 소개된 단편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에서 착안한 것이다. 에메는 1967년 10월 14일 사망했으며 몽마르트르의 생뱅상이라는 작은 묘지에 묻혔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