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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문학의 미래

洪 海 里 2006. 5. 11. 20:53

韓-佛평론가 박철화-프레데리크 바드레가 말하는

‘문학의 미래’

    

《“‘다빈치 코드’ 같은 ‘하위소설’이 출판계의 대세인 게 사실이지요. 그렇지만 문학의 정수는 흔들리지 않을 겁니다.”(프레데리크 바드레)

“책의 호흡이 짧아지고 유행을 타는 느낌입니다. 문학은 이런 때일수록 오래가는 가치를 중시하는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박철화)

한국문학번역원(원장 윤지관) 주최로 열리고 있는 ‘2006 서울, 젊은 작가들’ 페스티벌(8∼13일)에 참석 중인 프랑스 평론가 프레데리크 바드레와 한국의 주목받는 현장비평가인 박철화(문예창작) 중앙대 교수가 9일 대담을 나눴다. 바드레는 프랑스 최고의 출판사인 갈리마르에서 ‘문학의 미래’라는 평론집을 낸 주목받는 신예 평론가. 박 교수는 프랑스에서 프랑스 문학을 공부했으며 ‘우리 문학에 대한 질문’ ‘관계의 언어’ 등의 비평집을 통해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집중 분석해 왔다. 1965년생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이날 21세기에 문학을 한다는 것에 대해 고민을 나누고 문학은 언제나 존재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한국에서는 ‘문학의 위기’라는 담론이 10여 년 전부터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문학전문 잡지는 쏟아져 나오고 양적으로는 문학 지망생이 줄지 않지만, 문학 서적의 판매는 급격하게 줄고 있고 상업화와 미디어의 영향으로 책의 수명도 짧다.

▽바드레=프랑스의 독서 경향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와 달리 블로그 같은 것을 통해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면서 문학적 독서 전통도 변화를 겪고 있다. 전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은데 보면 다 ‘다빈치 코드’ 같은 책이다. 영화로 치면 B급 영화 수준인데…. 그렇지만 사람들의 성향 중엔 이런 ‘하위소설’을 읽고 싶어 하는 게 있으니까 늘 있긴 할 것이다.

▽박=한국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그렇지만 이런 소설이 커다란 인기를 모으는 데다 양적으로도 많아지면서 순문학의 무게도 덩달아 가벼워지는 게 아닌가 싶어 우려된다.

▽바드레=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프랑스 문학도 사회에 대한 책무를 의식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독자에게 어필해야 할지를 고심하게 됐다. 자연스럽게 문학이 상품으로 전락해 버렸다.

▽박=마셜 맥루한의 ‘미디어의 이해’에 따르면 전자문화의 번영은 되돌릴 수 없는 문명적 사건이다. 활자 문화의 상대적 위축은 어찌할 수 없는 현상인 것 같다. 그렇지만 눈부신 기술의 진보에도 불구하고 문학은 살아남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바드레=프랑스의 경우 방송만 150여 개 채널이다. 사람들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이용해 소통하고 인터넷으로 세상을 접한다. 이 같은 디지털 문화는 언어의 단순화를 낳는데 문학은 단순한 것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괴리가 생긴다. 그렇지만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게 아니라 문학이 디지털 문화에서 긍정적으로 이용할 만한 부분이 있는지 찾아내야 한다.

▽박=오정희 씨의 소설 ‘새’를 읽었다던데….

▽바드레=한국에서 일어난 얘기지만 보편적으로 공감할 만한 것을 찾을 수 있었다. 버림받은 남매 이야기를 차가울 정도로 담담하게 묘사한 게 인상적이었다.

▽박=이번 행사에서 외국의 젊은 작가들과 교류하면서 21세기 작가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성찰하고 도전받게 된다. 새로움을 갈구하는 작가들의 목소리가 곳곳으로 울려나가 반향을 얻기를 기대한다.

▽바드레=세계 어느 작가든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음을 보았다. 창작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고독에서부터 소설 제목을 어떻게 지을까 하는 실질적인 고민까지. 작가가 할 일은 단순히 삶을 묘사하는 게 아니라 문학을 살아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잠시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는 게 아니라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는 문학을 하는 것이 작가의 임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