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錫珉 기자 칼럼

<책갈피> 세계문학

洪 海 里 2006. 6. 23. 10:38

[책갈피 속의 오늘]

 

1944년 토마스 만 美시민권 획득

독일에서 태어나 미국 시민권을 얻었다가 스위스에 잠들다.

문호 토마스 만(1875∼1955)에게 국가라는 틀은 무엇이었을까. 그의 삶은 태어나 자란 곳에 뿌리를 박을 수 없는 것이었다.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로 1929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그는 1933년 독일을 떠난다. 히틀러가 정권을 넘겨받은 직후다.

제1차 세계대전 패전의 여파에 세계적인 대공황이 삶을 무겁게 짓누르던 시절. 바이마르 공화국은 무능했고 대중은 히틀러를 연호했다. 히틀러 치하에서 많은 작가들이 체포됐고 작품 활동을 할 수 없었다.

“나는 망명한 것이 아니라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나 자신이 망명객인 것을 알게 됐습니다.”

만은 강연을 하며 유럽을 떠돌다 1938년 대서양을 건넜다. 그리고 1944년 6월 23일 미국 시민권을 얻었다.

독일에서 그의 작품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판금에서 해제됐다. 하지만 동료 작가들의 눈길은 썩 곱지 않았다. 망명을 포기했던 그들은 만을 비겁의 화신이라고 비판했다.

미국도 안주할 곳은 못 됐다. 1950년대 ‘마녀 사냥꾼’ 조지프 매카시 상원의원의 손끝이 그를 가리켰기 때문이다.

만은 1952년 스위스로 옮겨갔고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조국인 독일을 몇 번 방문했지만 끝내 돌아가지 않았다.

삶과 예술, 관능과 지성, 개체성과 일반성…. 후세는 만의 작품세계의 본질을 ‘이원성’이라고 본다. 그의 삶을 보면 국가와 개인, 시대와 개인의 관계가 화두일 법하다.

“내가 있는 곳에 독일 문화가 있다”고 했듯 그는 ‘독일인’이었다.

20세 무렵부터 60여 년간 매일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집필 작업을 하고, 몇 년 동안 영국 BBC 라디오 논평을 진행하면서 늘 “독일 청취자 여러분”이라는 말로 시작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세계와 인생의 총체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그의 작품세계도 독일적이다. 그것은 결국 국가의 틀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토마스 만은 작품의 소재와 테마, 모티프를 대개 창안하지 않고 다른 곳에서 차용하고, 독서를 통해 습득한 것을 작품에 편입시켰다. 이런 방식에서 그는 당대의 대변자가 될 수 있었고, 이성적인 경계를 인정하지 않는 문학사회의 대표자가 될 수 있었다. 그의 작품은 ‘세계 문학’이다.”(헬무트 코프만)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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