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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들녘에 서서 /경상일보

가을 들녘에 서서 홍해리 눈멀면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고 귀먹으면 황홀치 않는 것이 있으랴 마음 버리면 모든 것이 가득하니 다 주어 버리고 텅 빈 들녘에 서면 눈물 겨운 마음 자리도 스스로 빛나네. [ 詩를 읽는 아침 ] • 홍해리 • 경상일보 2014.11.13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가져서 반에 반도 못보고 반에 반도 들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잎이 무성한 계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은 모든 걸 떨구고 난 뒤에야 적나라한 모습을 보게 됩니다. 둥글게 보이던 나무가 예리하게 존재를 드러내고 갖가지 형색으로 눈길을 끌던 풀꽃들이 누렇게 마를 때야 동색의 집단이었던 것도 알게 됩니다. 버리고 채우기를 반복하면서 자연은 순환을 하지만 사람은 평생을 채우려고 하면서 살아갑니다. 가볍게 떠나야할 때가 왔는데도 놓지..

푸시업 130번 80대, 오늘도 허탕 60대, 눈 탓 눈 못 붙인 50대…대한민국 새벽에 무슨 일이 / 중앙SUNDAY/ 2023.12.30.

푸시업 130번 80대, 오늘도 허탕 60대, 눈 탓 눈 못 붙인 50대…대한민국 새벽에 무슨 일이 체감 영하 20도로 떨어진 지난 21일 새벽, 북한산 흥국사에 한 장년의 여성이 조심스레 발을 옮겨 기도합니다. 올해 수능을 치른 자식이 대학에 꼭 붙도록 말이지요. 스님은 살금살금 발을 옮기며 싸리비로 곳곳을 쓸고요. 새벽 산사의 적막 속 쓰레질 소리가 한 편의 시입니다. 단단한 어둠이 밤을 내리찍고 있다 허공에 걸려 있는 칠흑의 도끼 밤은 비명을 치며 깨어지고 빛나는 적막이 눈을 말똥처럼 뜨고 있다. - 「새벽 세 시」 홍해리. 적막한 산사 바로 밑에는 치열한 삶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오늘 또 눈이 옵니다. 혹시 자유로에서 제설 차량을 본다면, 차만석씨가 있을 겁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중인 윤동현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