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옥임(시인). 매화꽃 피고 지고 홍 해 리 심학규가 왕비인 딸 청이 앞에서 눈을 끔적끔쩍 세상을 보듯 매화나무가 겨우내 감고 있던 눈을 뜨고 있다 빈자일등貧者一燈이 아니라 천등만등이 하나 둘 켜지면서 가지마다 암향暗香이 맑고 푸르다 다글다글 꽃봉오리가 내뿜는 기운으로 어질어질 어질머리가 났다 계집이 죽었는지 자식이 죽었는지 뒷산에서 구성지게 울어쌓는 멧비둘기 봄날이 나울나울 기울고 있다 시인은 매화꽃이 두근두근 댄다고 했다 꽃 터지는 소리가 그만 절창이라고 했다 한 사내를 사랑한 여인의 가슴이 삼복三伏 염천炎天이어서 두향杜香이는 죽어서도 천년 매화꽃 싸늘하게 피우고 있다 - 「매화꽃 피고 지고」 전문 홍해리 선생님은 이번에 『이별은 연습도 아프다』라는 치매 연작시집 4권째를 내셨다. 제1시집 『치매행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