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 11

백모란

백모란 洪 海 里 첫날밤 치른 초록 궁전, 외동공주의 백옥 침상. * 해마다 5월이 되어 뒷산 꾀꼬리 노랫소리에 송홧가루가 노랗게 날리면 운수재韻壽齋 주인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백모란이 피었다고. 막걸리 한 통을 메고 운수재로 달려가면 백옥 같은 모란이 동산을 이루어 피어 있다. 꽃 옆에 자리 잡고 앉아 있으면 솜씨 좋은 마님이 안주를 준비해 나오신다. * 운수재는 임보 시인댁.

귀가 지쳤다

귀가 지쳤다 洪 海 里 들을 소리 안 들을 소리까지 대책없이 줄창 듣기만 했다 늘 문이 열려 있어 온갖 잡소리가 다 들어오니 그럴 만도 하지 대문을 걸어 잠글 수 없으니 칭찬 아첨 욕지거리 비난 보이스피싱까지 수시로 괴롭히니 귀가 지쳤다 하루 한시도 쉴 새 없이 한평생 열어 놓고 줄곧 당한 귀의 노동 이제 귀가 운다. - 월간 《우리詩》 2024.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