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초꽃 한 송이 벌다 4

<시> 난초꽃 한 송이 벌다

난초꽃 한 송이 벌다 洪 海 里 처서가 찾아왔습니다 그대가 반생을 비운 자리에 난초 꽃 한 송이 소리없이 날아와 가득히 피어납니다 많은 세월을 버리고 버린 물소리 고요 속에 소심素心 한 송 이 속살빛으로 속살대며 피어납니다 청산가리 한 덩이 가슴에 품고 밤새도록 달려간다 한들 우리가 꽃나라에 정말 닿을 수 있겠으랴만,... 피어나는 꽃을 보고 그대는 꽃이 진다 하고 나는 꽃이 핀다 하네. 피고 지고 피고 지고 피고 지면서 목숨은 피어나는데 ……, 참 깊은 그대의 수심水深 하늘못이네. 우리가 본시부터 물이고 흙이고 바람이 아니었던가 또는 불이 아니었던가. 그리하여 물빛과 하늘빛 속에는 불빛도 피어나 황토빛 내음까지 실렸습니다 올해에도 여지없이 처서가 돌아 와 산천초목들이 숨소리를 거르는데 늦꽃 소심 한 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