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밥 - 치매행致梅行 · 159 洪 海 里 아내와 마주앉아 아침을 먹다 보니 밥이 아주 많이 늙었습니다 피부도 거칠고 주름 지고 저승꽃도 보입니다 꽃이 피는 밥을 아침으로 먹습니다 저녁이 아니라 아침입니다 아침은 가장 신선한 시간인데 태어난 지 며칠이나 되는 늙은 밥입니다 늙은 밥이 늙어서 불쌍하다고 숟가락 젓가락이 가락가락加樂加樂 놉니다 숟가락이 일할 때 젓가락이 놀고 젓가락이 일할 때 숟가락이 노래합니다 아침 먹은 힘으로 설거지를 합니다 밥 그릇 국 대접 반찬 접시 숟가락 젓가락 찻잔까지 씻고 부시고 깨뜨리면서 끝장이 납니다 아내는 노랜지 울음인지도 모르고 그냥 웃음꽃을 피우지만 꽃잎은 내 가슴에 떨어져 나를 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