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단오절
단오절端午節 洪 海 里 바람이 창포꽃 입술을 빨고 있다 금방 노랗게 물이 들 때면 꾀꼬리 소리에 안개처럼 날리던 송홧가루는 이미 바닥이 나고 어느새 여린 송순 부쩍 자랐다 5월이라 초닷새 단옷날이면 창포에 머리 감은 어머니가 오신다 벌써 가신 지 몇 해인가 무장무장 밟히는 아쉬움만 흰구름으로 흐르는 날 뒷산 나뭇가지에 그네라도 걸어라 처녓적 우리 어머니 그네 타시는 아릿아릿 그 모습을 보고 싶어라 치렁치렁한 삼단 머릿결 출렁이는 그넷줄 아리따운 처녓적 우리 어머니, 어머니 그리움만 포갬포갬 가슴에 쌓는다. * 단옷날은 2001년에 가신 어머님의 기일忌日임. - 시집『비밀』(2010, 우리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