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아래 선 시인 2

매화 아래 선 시인 / 如然

매화 아래 선 시인 如然 장정순 시인은 혼자서 밥을 먹고 혼자 술을 마시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그래서 사무실에 나가면 누군가와 함께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신다 아무도 없는 날에는 누구든지 함께 먹고 마셔 줄 사람이 곁에 있어야 할 것만 같아서 술 한 잔 못하는 나는 오늘도 시인과 마주 앉아 가난한 시인의 밥을 축낸다 막걸리 반 잔 내 앞에 따라 놓고 시인이 막걸리 병을 다 비울 때까지 나는 야금야금 안주만 먹는다 침묵하는 시인의 속내가 두려워 이것저것 시답잖은 수다도 떤다 시 같지 않은 시를 들고 가서 이건 어때요 저건 어때요 괜스레 시인의 머리를 어지럽힌다 오늘만큼은 시름 모두 내리시고 피곤한 몸으로 퇴근하시어 죽음처럼 달콤한 잠 주무시고 아침에 해 뜨면 눈 뜨시라고 매화 방긋 벙글 때 허허 웃으시라고...

詩化된 洪海里 2020.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