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닥 성자 洪 海 里 하늘은 늘 머리 위에 펼쳐져 있었다 해가 빛나고 달빛 별빛 아름다웠다 언제나 땅을 밟고 있는 발 그 발의 바닥 그것은 밑바닥 성지였다 발바닥은 한마디 불평도 없는 내 몸의 종이었다 머슴이었다 아니, 노예였다 좋게 말해 일꾼이었다 발바닥 세상은 잠깐 피하면 되는 소나기라면 좋으련만 땡볕이었다 폭우였다 낙목한천 북풍한설이었다 발바닥엔 햇볕 한번 든 적 없었다 한평생 온갖 몸짐 마음짐 다 지고 땀 흘려 나르다 보니 때만 만들었다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네 발바닥이라면 발바닥이라도 될 수 있다면 어떨까 그게 사랑일까 사랑이 아닐 것인가 발바닥은 천상의 주인이요 천하의 임자, 죽음까지도 다 맡아 주는 죽으면 가장 먼저 썩어 세상의 거름이 되는 성자로다, 진정 울리지 않는 종이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