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닥 성자
洪 海 里
하늘은 늘 머리 위에 펼쳐져 있었다
해가 빛나고 달빛 별빛 아름다웠다
언제나 땅을 밟고 있는 발
그 발의 바닥
그것은 밑바닥 성지였다
발바닥은 한마디 불평도 없는
내 몸의 종이었다 머슴이었다
아니, 노예였다 좋게 말해 일꾼이었다
발바닥 세상은
잠깐 피하면 되는 소나기라면 좋으련만
땡볕이었다 폭우였다
낙목한천 북풍한설이었다
발바닥엔 햇볕 한번 든 적 없었다
한평생 온갖 몸짐 마음짐 다 지고
땀 흘려 나르다 보니 때만 만들었다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네 발바닥이라면
발바닥이라도 될 수 있다면 어떨까
그게 사랑일까
사랑이 아닐 것인가
발바닥은 천상의 주인이요
천하의 임자, 죽음까지도 다 맡아 주는
죽으면 가장 먼저 썩어 세상의 거름이 되는
성자로다, 진정 울리지 않는 종이로다
발바닥의 때만도 못한 인간아
내가 언제 새경 받았냐
네게 불평을 한 적 있냐
함부로 갑질하려 들지 마라
바닥에 있어도 갑은 나다
고맙고 감사하다
구순한 나의 발바닥!
- 월간 《우리詩》 2022.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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