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발바닥 성자

洪 海 里 2022. 2. 1. 10:52

발바닥 성자

 

洪 海 里

 

 

하늘은 늘 머리 위에 펼쳐져 있었다

해가 빛나고 달빛 별빛 아름다웠다

언제나 땅을 밟고 있는 발

그 발의 바닥

그것은 밑바닥 성지였다

발바닥은 한마디 불평도 없는

내 몸의 종이었다 머슴이었다

아니, 노예였다 좋게 말해 일꾼이었다

 

발바닥 세상은

잠깐 피하면 되는 소나기라면 좋으련만

땡볕이었다 폭우였다

낙목한천 북풍한설이었다

발바닥엔 햇볕 한번 든 적 없었다

한평생 온갖 몸짐 마음짐 다 지고

땀 흘려 나르다 보니 때만 만들었다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네 발바닥이라면

발바닥이라도 될 수 있다면 어떨까

그게 사랑일까

사랑이 아닐 것인가

발바닥은 천상의 주인이요

천하의 임자, 죽음까지도 다 맡아 주는

죽으면 가장 먼저 썩어 세상의 거름이 되는

성자로다, 진정 울리지 않는 종이로다

 

발바닥의 때만도 못한 인간아

내가 언제 새경 받았냐

네게 불평을 한 적 있냐

함부로 갑질하려 들지 마라

바닥에 있어도 갑은 나다

 

고맙고 감사하다

구순한 나의 발바닥!

- 월간 《우리詩》 2022. 4월호.

 

* 박흥순 화백 그림(1992).
* 발 : 이동훈 시인 페북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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