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 배롱나무 2

선운사 배롱나무

꽃나무 아래 서면 눈물나는 사랑아 洪 海 里 꽃나무 아래 서면 눈이 슬픈 사람아 이 봄날 마음 둔 것들 눈독들이다 눈멀면 꽃 지고 상처도 사라지는가 욕하지 마라, 산것들 물오른다고 죽을 줄 모르고 달려오는 저 바람 마음도 주기 전 날아가 버리고 마니 네게 주는 눈길 쌓이면 무덤 되리라 꽃은 피어 온 세상 기가 넘쳐나지만 허기진 가난이면 또 어떻겠느냐 윤이월 달 아래 벙그는 저 빈 자궁들 제발 죄 받을 일이라도 있어야겠다 취하지 않는 파도가 하늘에 닿아 아무래도 혼자서는 못 마시겠네 꽃나무 아래 서면 눈물나는 사랑아. - 시집 『봄, 벼락치다』(2006, 우리글)

<시> 목백일홍

목백일홍 洪 海 里 어디선가 배롱배롱 웃는 소리 들렸다 해질녘 저 여자 홀딱 벗은 아랫도리 거기를 바람이 간지럼 태우고 있었다 깔깔깔 서편 하늘로 빨갛게 오르는 불을 끄려 제 발 저린 바람은 손가락 볼우물을 파고 제 마음 뜸들일 새도 없이 추파를 흘리는 여자 자리자리 꺄륵꺄륵거리며 포롱포롱 날아오르는 저 여자 엉덩이 아래 깔리는 그늘도 빨개 몸이 뜨거워져 설레는 것은 내가 아니었던가 나 아니었던가 몰라. * 고인돌 위의 돌탑과 배롱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