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시집『금강초롱』(2013)

<시> 목백일홍

洪 海 里 2010. 7. 27. 11:55

목백일홍

 

洪 海 里

 

 

어디선가

배롱배롱 웃는 소리 들렸다

해질녘 저 여자

홀딱 벗은 아랫도리 거기를

바람이 간지럼 태우고 있었다

깔깔깔

서편 하늘로

빨갛게 오르는 불을 끄려

제 발 저린 바람은 손가락 볼우물을 파고

제 마음 뜸들일 새도 없이

추파를 흘리는 여자

자리자리 꺄륵꺄륵거리며

포롱포롱 날아오르는

저 여자 엉덩이 아래 깔리는 그늘도 빨개

몸이 뜨거워져 설레는 것은

내가 아니었던가

나 아니었던가 몰라.

 

 

 

* 선운사 배롱나무 ; 2022. 08. 20.

* 고인돌 위의 돌탑과 배롱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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