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에서 - 牛耳詩篇 · 8 洪 海 里 혼백을 하늘로 땅으로 돌려보낸 텅 빈 자궁 같은, 또는 생과 사의 경계 같은 가을 산에 서 있었네 지난 봄 까막딱따구리가 파 놓은 오동나무 속 깊이 절 한 채 모셔 놓고 가지에 풍경 하나 달아 놓았네 감국 구절초 쑥부쟁이에게 안부를 남기고 물이 만들고 간 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니 무장무장 먼 산에 이는 독약 같은 바람꽃 맑은 영혼의 나무들이 등불을 달고 여름내 쌓인 시름을 지우고 있었네 서리 내릴 때 서리 내리고 스러지는 파도가 다시 일어서는 것처럼 지나간 세월이 내일의 꿈이 될 수 있을까 먼 길이 다가서는 산에 혼자 서 있었네. -시집『봄, 벼락치다』(우리글,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