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가을산에서 - - 牛耳詩篇 · 8

洪 海 里 2022. 10. 31. 19:09

 

 

가을 산에서

    - 牛耳詩篇 · 8

 

洪 海 里

 

 

혼백을 하늘로 땅으로 돌려보낸

텅 빈 자궁 같은, 또는

생과 사의 경계 같은

가을 산에 서 있었네

지난 봄 까막딱따구리가 파 놓은

오동나무 속 깊이

절 한 채 모셔 놓고

가지에 풍경 하나 달아 놓았네

감국 구절초 쑥부쟁이에게

안부를 남기고

물이 만들고 간 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니

무장무장

먼 산에 이는 독약 같은 바람꽃

맑은 영혼의 나무들이 등불을 달고

여름내 쌓인 시름을 지우고 있었네

서리 내릴 때 서리 내리고

스러지는 파도가 다시 일어서는 것처럼

지나간 세월이 내일의 꿈이 될 수 있을까

먼 길이 다가서는 산에 혼자 서 있었네.

 

   -시집, 벼락치다(우리글, 2006)

 

 

* 가을 삼각산 : 박제준 님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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