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베개- 치매행致梅行 · 65 洪 海 里 아기가 엄마 품에 파고들 듯이아내가 옆으로 들어와 팔베개를 합니다그냥 가만히 안고 있으면따뜻한 슬픔의 어깨가 들썩이다 고요해집니다깊은 한숨 소리 길게 뱉어내고아내는 금방 곯아떨어지고 맙니다마른 빨래처럼 구겨진 채 잠이 듭니다꽃구름 곱게 피어날 일도 없고무지개 뜰 일도 없습니다나도 금세 잠 속으로 잠수하고 맙니다생生의 무게가 얼마나 되는지 헤아려 보다가벼워도 무거운 아내의 무게에슬그머니 저린 팔을 빼내 베개를 고쳐 벱니다. * "치매는 치매(癡呆)가 아니라 치매(致梅)라 함이 마땅하다, 매화에 이르는 길이다." 시인의 말이다. 무념무상의 세계, 순진하고 무구한 어린이가 되는 병이기에 치매(致梅)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홍해리 시인은 아픈 아내를 돌보며 관찰한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