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스크랩] <詩> 난초 / 洪海里/용혜원/이병기

洪 海 里 2006. 10. 26. 04:31

 

 

 

 

 

 

1
눈독만 들이다 끝이 난다면
얼마나 슬픈 아름다움이랴

네 잎을 따서
이렇게 살겠노라고
펄펄 끓는 피로
유서를 쓰듯, 유서를 쓰듯

무작정 가슴에 불을 붙이면
여명의 하늘에 비쳐오는
아름다운 죄
한평생 품고 살아갈 형벌

털어보면 모두 먼지뿐인
하늘 아래 세상일지라도
눈독만 들이다 끝낸다면
얼마나 아름다우랴 하루 하루가.

2
눈독만 들이다 끝낼 수 있다면
얼마나 슬프도록 아름다우랴만

네 잎을 따서
이렇게 살았노라고
다 식어버린 피로
유서를 쓰듯, 유서를 쓰듯

무작정 가슴에 불을 밝히면
저무는 하늘에 어리는
아름다운 죄
한평생 품고 사는 형벌

털어보면 다 먼지뿐인
하늘 아래 세상
눈독만 들이다 끝낼 수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우랴 순간 순간이.

 

수분(受粉) / 홍 해리『愛蘭』

 

 

 

나의 삶이 어디쯤에서 시작했나요.
목숨으로도 못다 할 고백을
솟아오르는 분수처럼 그대를 위하여
가슴을 열어 놓았습니다.

청초롬한 여인의 몸가짐으로
그대 곁에
온 생애를 지내고 싶은 마음은
그대 가슴에
나의 생명이 있기 때문입니다.

날마다 정성을 다하는
그대 마음으로
나의 삶이 어디쯤에서 끝이 나더라도
나는 결코 풀잎이 아니었음을 기억합니다.

 

난초 / 용  혜원

 

 

 

 

난초1
한 손에 책(冊)을 들고 졸다 선뜻 깨니
드는 볕 비껴가고 서늘바람 일어오고
난초는 두어 봉오리 바야흐로 벌어라


난초2
새로 난 난초잎을 바람이 휘젓는다.
깊이 잠이나 들어 모르면 모르려니와
눈뜨고 꺾이는 양을 차마 어찌 보리아
산듯한 아침 볕이 발틈에 비쳐들고
난초 향기는 물밀 듯 밀어오다
잠신들 이 곁에 두고 차마 어찌 뜨리아.

 

난초3
오늘은 온종일 두고 비는 줄줄 나린다.
꽃이 지던 난초 다시 한 대 피어나며
고적(孤寂)한 나의 마음을 적이 위로하여라
나도 저를 못 잊거니 저도 나를 따르는지
외로 돌아 앉아 책을 앞에 놓아두고
장장(張張)이 넘길 때마다 향을 또한 일어라

 

난초4
빼어난 가는 잎새 굳은 듯 보드랍고
자줏빛 굵은 대공 하얀한 꽃이 벌고
이슬은 구슬이 되어 마디마디 달렸다.
본디 그 마음은 깨끗함을 즐겨하여
정(淨)한 모래틈에 뿌리를 서려 두고
미진(微塵)도 가까이 않고 우로(雨露) 받아 사느니라,

 

난초 / 이 병기 / 시조

 

 

 

 

  

출처 : 꽃섬...
글쓴이 : 은비 원글보기
메모 : <난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