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選集『洪海里 詩選』(1983)

깨어진 우주

洪 海 里 2006. 11. 16. 12:41
 

깨어진 우주

 

 洪 海 里

 

 

물결 잔잔한 바다에서
여자는
단순한 꽃송이였다
파도를 빚고 있던 나의 손은
꽃송이의 순수를
걸르고 있었다. 한밤
물결도 잠자고 은어 떼가
순은의 비늘을 세우며
바다를 가르고 있을 때
견고한 듯한 바다는
침묵을 깨고 꺼이꺼이 울었다
마지막 참사랑도
파국이 나고, 텅 빈
꽃밭에 비도 바람도 멎고
햇발도 잃어
잃은 순수의 상처만, 마른
꽃대궁에 걸리었다
몇 올의 비통이 불면의
밤을, 진분홍
잠자리에 남겨놓고 뒷발질하는
수면부족이던
암말은 많은 속약의 바다에서 갓다
죽은 남자와 여자의 과거와 죽음과
눈과 코와 귀를 날려
보내고, 입술도 나의 바다에 부는
바람도, 무참히 침몰시키고
높은 울음소리는 사라졌다
네 개의 손에 의해
걸러진 잔잔한 물결만 남겨놓고
바다는 헛기침도 잊고
침묵을 배운다.

 

 (『投網圖』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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