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選集『洪海里 詩選』(1983)

인연

洪 海 里 2006. 11. 16. 13:20

인연

 

 洪 海 里

 


해질 녘 속리산으로 가는
직행버스 차창으로
아주 잠깐 내뵈인
그의 가느다란 눈웃음
다실 <평화> 등나무 뒤에 숨어서
간질이듯 나의 시장기를 허물고 있네
누굴까
등나무 뒤에 숨어서
뵈일 듯 안 보이는 그는
해질 녘 구름밭에서 혼자 거닐다
서천에서 내렸는지 몰라
엊그제 꿈 속으로 왔다
가슴 쪽대문도 두드리지 않고
돌아가버린 그림자빛의
그 아주 가느란 눈웃음이
가슴도 허물고 있네.

 

 - 시집『투망도投網圖』(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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