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選集『洪海里 詩選』(1983)

무교동 · 3

洪 海 里 2006. 11. 18. 17:03

武橋洞 · 3

 

洪 海 里

 

 

허공에 스러지는 저녁놀처럼
우리는 스러지면서
돌아오는 길 위에
뿌연 안개만 젖어내리고
하루의 일에 굽은 어깨만 아프다.

사내들은 죽기 위하여, 포옹하기 위하여
저무는 저녁 숲 속에서
거지중천으로 달려가고 있다
내밀한 죽음은 진객, 순간의 착각을 위하여
호곡하는 어리석음의 사자는 없느니,

허한 우리의 언어의 전율은
고요한 폭풍, 시끄러운 무덤.
일인칭 대명사가 제왕되어 호령하며
남루처럼 벗어던진 일상의 허무
눈물과 욕망의 높은 파돗소리.

추억과 내일과 꿈과 무관심이
허공중에서 까마귀처럼 울고 있는
신비의 마을, 불타는 산하에서
천둥이 울고 벼락도 내리고
드디어 모든 것은 번개와 더불어 침닉한다

하얀 재의 기진함 속에서
하루살이들이 달아나고 달아난다
동네 개들이 모여 짖어대는 하늘
이승의 끝에 열려 있는 바다
비틀거리는 눈동자 속으로 반란하는 달.

사지 구석구석 침투하는 상실의 아픔
그 속에서 우리가 확인하는 것은
비의 처녀와 바람의 시종들의 낙뢰소리
뼈는 뼈대로 살은 살대로
풀꽃들이 바람을 따라 홀로 피어나고 있다.

눈감고 바라보면 의식의 달빛이
눈을 들면 무의식의 진한 어둠이
불타는 서정의 첫여름을 안고
귀머거리 장님들이 떼지어 가고 있다
살들이 뼈를 떠나 홀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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